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기업인 CBRE는 최고지식책임자(Chief Knowledge Officer) 상딥 다브를 임명한 이후 AI 중심 경쟁력의 핵심을 ‘통합’에 두고 디지털, 데이터, 전략, 연구 기능을 통합했다.

기업 전략과 디지털 전략을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두 영역의 결합이 데이터 기반 혁신의 핵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기반으로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기 위해 나선 기업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CBRE의 최고 지식 책임자 상딥 다브는 “조직 설계가 투자와 행동을 이끌 수 있다. AI 시대에는 분리가 아니라 통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현실에 맞는 새 역할
다브에게 있어 최고지식책임자로의 승진은 단순한 직책 변경이 아니었다. 이는 CBRE가 기술, 전략,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재구성한 결과다.
100여 개국 고객에게 자본 시장, 리스 자문, 투자 관리, 프로젝트 관리, 시설 관리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CBRE는 오랫동안 전략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다브를 기존의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TO)에서 기업 전략, 연구, 데이터, 기술 방향성을 통합하는 새로운 역할로 승진시킴으로써 CBRE는 이런 핵심 기능이 회사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요소임을 명확히 시사했다.
다브는 이번 변화의 배경으로 3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 번째는 규모와 복잡성이다. 다브에 따르면 전 세계 고객, 자산군, 글로벌 네트워크 등 방대한 규모를 고려할 때 CBRE는 수많은 데이터 자산을 지식과 인사이트로 전환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방식이 필요했다. 그는 “우리가 다루는 모든 부동산을 데이터로 파악하고, 이를 지식과 인사이트로 전환할 수 있다면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AI 차별화다. 다브는 “AI의 역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데이터”라며 “AI가 약속한 혁신 효과를 실현한다면, 데이터 기반과 거버넌스, 그리고 전략적 조율이 성공 속도를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조직의 성숙도다. 다브는 CBRE가 수년간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전사적으로 확장해 온 결과, 이제 플랫폼, 인프라, 조직 문화 모두가 다음 단계를 추진할 준비를 갖췄다고 전했다. 과거 각기 분리돼 운영되던 기능들이 이제 하나의 체계 아래에서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직 재편의 대표적 사례는 연구 부문이다. 다브는 “CBRE의 글로벌 리서치 기능을 고도화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성과를 개선하고 있다. AI와 자동화를 적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연구 결과물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립은 없다”
기능 통합은 광범위한 기술 및 AI 도입의 핵심 원칙, 즉 ‘맥락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맥락이 없다면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술, 연구, 전략이 함께 움직일 때 그 영향력이 혁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번 변화의 효과는 이미 CBRE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설 관리 영역에서는 예측 분석을 통해 수리 및 교체 결정을 돕고 중복 작업 지시를 줄이며 서비스 제공 효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6만 5,000명 이상의 직원이 CBRE의 생성형 AI 플랫폼 ‘엘리스 AI(Ellis AI)’를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접근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며,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다브는 “도구만으로는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없다”라며 “결과를 결정짓는 환경, 의도, 맥락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풍부한 데이터와 직원들의 인사이트, 전략적 규율이 결합돼야 AI가 단순한 시연 도구가 아니라 시장 경쟁력을 이끄는 실제 동력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고 경영진에게 주는 교훈
CBRE가 최고지식책임자 직책을 신설하고 다브에게 맡긴 것은 핵심 기능을 하나의 지휘 체계 아래 통합하는 방법이 더 명확하고 생산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신중히 내린 결과다.
여기서 ‘콘웨이의 법칙(Conway’s Law)’이 유용한 교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이 구축하는 시스템이 결국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패턴과 구조를 닮는다는 법칙이다. 반대로 말하면 분절된 조직과 문화가 결국 분절된 기술 솔루션을 낳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AI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리더라면, 단순히 거버넌스 체계나 기술 투자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고 체계, 인센티브 구조, 협업 모델 등 조직의 근본적인 설계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할 수 있다.
융합은 이제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실제 운영 모델이 되고 있다. AI 기반 혁신의 미래는 도입된 기술의 종류뿐만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를 어떻게 설계하고 조직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