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AI, 그리고 사람” 고객 서비스를 살리는 디지털 우선 전략

기획
2025.10.227분

기업은 더 이상 고객 서비스를 부차적인 영역으로 취급할 수 없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AI를 적용하면 고객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지만, 인력 충원은 여전히 필수 과제다.

Happy young male customer support executive working in office.
Credit: Bojan Milinkov / Shutterstock

수년간 많은 IT 서비스 업체와 솔루션 업체, 애널리스트, 컨설턴트가 자사 기술이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원 대기 시간이 길고, 자동화 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상담사 연결이 불가능하며, 웹사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설계가 불편하고, 고객 연락처나 정보가 부정확하며,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등 형편없는 서비스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IT 부서가 현업 부서와 협업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 애쓰고 있지만, 실제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직업 교육기관 유니버설 테크니컬 인스티튜트(Universal Technical Institute)의 CIO 에이드리언 드트레이는 “많은 산업이 고객 서비스를 생각할 때 판매 이후 단계를 간과한다”라며, “거래가 성사된 뒤 관계가 끊기는 경우가 흔하고,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모바일폰 개발사 NUU의 CEO 대니 싯은 “기업이 판매 이후 서비스를 전략적 자산이 아닌 사후 관리 정도로 여기는 게 문제”라며, “고객을 가족처럼 끌어들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고도 방치해 떠나게 만든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고객 서비스가 제품, 영업, 물류와 분리된 사일로로 운영되면 결국 일관성을 잃고 모든 참여자가 불만족스러워진다”라고 말했다.

가트너의 최신 고객 서비스 조사에 따르면,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과 기업이 실제 제공하는 서비스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가트너에서 고객 서비스 및 지원 부문을 담당하는 선임 디렉터 애널리스트 캐시 로스는 “고객이 서비스 접점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FCR(First Contact Resolution, 첫 통화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즉, “고객이 처음 연락했을 때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트너 조사 결과, 기업 간 거래(B2B)와 소비자 대상 거래(B2C) 서비스 조직의 평균 FCR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로스는 “대부분 기업이 고객이 기대하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FCR 실패는 고객 서비스의 여러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기업 IT 책임자는 보다 효과적인 솔루션에 투자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해 고객 서비스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IT 리더와 기업이 고려해야 할 핵심 과제를 살펴보자.

데이터 활용 극대화

오늘날 기업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년간 데이터 분석과 데이터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여전히 이를 고객 서비스 향상으로 연결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IT 리더는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드트레이는 “예측 분석을 활용해 학생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거나 고용주의 채용 수요가 변하는 조짐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스는 데이터 활용의 핵심은 실행 가능한 맥락 기반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로스는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 중인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데이터 맥락화와 함께 ‘지식 콘텐츠’를 구축·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로스는 “동적인 지식베이스는 상담사와 AI 에이전트는 물론 고객도 정확한 최신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추천받을 수 있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로스는 “데이터와 지식 콘텐츠라는 두 가지 계층은 기술력과 프로세스 관리 역량이 결합돼야 구현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제지만, 일관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데이터와 지식 콘텐츠를 정복한 기업이 곧 탁월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락과 선제적 경고를 위한 데이터 통합

잠재 고객 발굴 플랫폼 서비스 업체인 북유어데이터(Bookyourdata)의 CEO 바리스 제렌은 “IT 리더는 고객 문의가 접수되기 전에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통합함으로써 판매 이후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렌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미리 감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고급 수준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고객이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를 미리 파악하고,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연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유어데이터는 고객 문의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자동 티켓 관리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제렌은 “즉시 대응이 필요한 사안부터 먼저 처리함으로써 불만족 고객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이런 프로세스가 “기업이 보다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고객 유지에 결정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보장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술 컨설팅 업체 아반트라(Avantra)의 CEO 존 애플비는 “올해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일은 고객 지원과 관련된 모든 맥락 정보를 지원 담당자가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애플비는 “사내에서 축적된 모든 데이터, 즉 사고 기록, 솔루션 문서, 기술 문서, 내부 자료를 검색증강생성(RAG) 프레임워크 기반의 지원 시스템에 통합했다.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사고가 접수되면 과거 유사 사례의 구체적인 맥락 정보를 즉시 상담사에게 제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애플비는 고객 지원 담당자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으며, 고객에게 더 구체적이고 상황에 맞는 첫 응대를 제공함으로써 문의 처리 횟수를 줄이고 문제 해결 속도와 만족도를 높였다.

에이전틱 AI로 한 단계 높은 사후 서비스 구현

기업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또 다른 방법은 에이전틱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인간의 개입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AI 시스템이다.

가트너의 캐시 로스는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고객의 요청에 반응하는 수동적 모델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동적 서비스로 고객 서비스를 혁신하고 있다”라며,“기존 AI가 고객 문의에 응답만 했다면, 에이전틱 AI는 고객이나 기업을 대신해 업무를 계획하고 수행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동적으로 적응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구독을 해지하려 할 때 기존 시스템은 해지 절차와 링크만 제공하지만, 에이전틱 AI를 적용하면 시스템이 고객 대신 해지 양식을 작성하고 필요한 전화를 걸어 절차를 자동으로 완료할 수 있다.

또한 기업 고객은 직접 배송 요금을 비교하는 대신,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운송업체를 조사하고 요금을 협상한 뒤 최적의 옵션을 제시받을 수 있다. 로스는 “이를 통해 시간 절약과 효율적 결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에이전틱 AI는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방대한 고객 문의를 효율적으로 분류해 우선순위가 높은 요청을 먼저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후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제렌은 “예를 들어, 고객이 남긴 메시지를 즉시 분석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긴급 대응이 필요한 티켓을 우선 처리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AI 챗봇이 기본적인 문의를 처리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담사는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드트레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에이전틱 AI 같은 신기술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경험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I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대신, 고객 경험을 세심하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라며, “2026년 이후를 내다보며 학생, 파트너, 직원의 전반적 경험에 신기술을 전략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다년간의 AI 로드맵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인력 부족 문제 해결

에이전틱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사람의 개입을 줄일 수는 있지만, 기업이 고객 지원 인력을 지나치게 줄이거나 상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또한, 고객 지원 담당자가 도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가트너의 캐시 로스는 “AI가 발전했음에도 고객의 문제를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비율은 14%에 불과하다”라며 “상담사 없는 미래를 추구하는 것은 섣부른 결정이다. 잘 훈련된 인력은 복잡하거나 민감한 상황을 다루는 데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로스는 기술 리더가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며, “가장 성공적인 기업은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라, AI를 통해 직원의 역량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가트너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 서비스 인력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163개 기업 중 절반은 2027년까지 그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많은 기업이 상담사 없는 운영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AI 중심 고객 서비스 모델로의 전환이 얼마나 복잡하고 도전적인지를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기업은 AI의 역할을 전략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인간 상담사를 유지할 계획이다. 가트너는 이를 “디지털 온리(Digital Only) 전략이 아닌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전략”이라고 표현하며, 상담사 없는 운영으로의 성급한 전환이 초래할 부작용을 피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로스는 “AI와 인간 상담사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이야말로 탁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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