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가 전 세계 기업의 AI 도입 및 대비 수준을 조사한 ‘2025 시스코 AI 준비지수(Cisco 2025 AI Readiness Index)’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가치 창출 지표에서 동종 업계 평균을 크게 앞서는 기업을 일컫는 ‘선두주자’ 그룹의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는 약 13%, 한국 기업은 전체의 약 8%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코 AI 준비지수’는 2023년 시작돼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한 시스코의 연례 조사 보고서로, 한국을 포함한 30개국과 26개 산업에 걸쳐 8,000명 이상의 AI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직의 전반적인 준비도에 대한 점수를 측정한 뒤 ‘선두주자(Pacesetter, 완전한 준비)’, ‘추격자(Chaser, 보통 수준의 준비)’, ‘팔로워(Follower, 부분적 준비)’, ‘후발주자(Lagger, 미준비)’ 등 4단계로 분류했다.
‘선두주자’ 그룹의 지속적인 우위는 AI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회복탄력성이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가속화된 AI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전략적 추진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와 인프라를 균형 있게 결합하는, 체계적이고 규율 있는 시스템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두주자 그룹은 이미 미래에 대비하고 있으며, 98%가 AI의 성장과 확장성,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처럼 미래에 준비된 기업의 비율이 34%에 그쳤다.

Cisco
선견지명과 견고한 기반을 모두 갖춘 기업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기업 환경을 재편하고 있는 2가지 핵심 요인은 ▲대규모 확장성·보안·거버넌스 기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AI 에이전트’, ▲장기적 가치 창출을 저해할 수 있는 숨겨진 병목 현상에 대한 조기 경고 신호인 ‘AI 인프라 부채’다.
시스코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사장 지투 파텔은 “이제 질문에 답하는 챗봇의 시대를 넘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는 에이전트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80% 이상이 에이전틱 솔루션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는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이미 퍼포먼스 목표를 달성, 혹은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AI 전환에 앞서 있는 기업이 경쟁사 대비 훨씬 강력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이번 조사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리더 기업은 공통된 패턴을 보였다. 먼저 선두주자 그룹의 99%는 명확한 AI 로드맵을 보유하고 있으며(한국 기업 평균 34%), 91%는 변화 관리 계획을 갖추고 있다(한국 기업 21%). 예산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79%가 AI를 기업 예산의 최우선 투자 항목으로 지정했으며(한국 기업 15%), 96%는 단기 및 장기 자금 조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한국 기업 27%).
아울러 선두주자 그룹은 ‘항상 연결된 AI 시대’를 위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 중 71%는 “자사의 네트워크가 완전히 유연하며, 모든 AI 프로젝트에 즉시 확장할 수 있다”라고 답했으며(한국 기업 9%), 77%는 향후 12개월 내 데이터센터 용량 확충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 기업 32%).
또한 전체 선두 기업의 62%는 AI 사용례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성숙한 혁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으며(한국 기업 9%), 이미 77%는 사용례를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에 성공했다(한국 기업 13%). 더욱이 선두 기업의 95%는 AI 투자 효과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그룹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선두 기업의 71%는 “자사의 AI 사용례가 새로운 수익원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선두 기업은 AI 보안 위협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선두주자 그룹의 87%가 AI 특유의 보안 위협을 인식하고 있으며(한국 기업 34%), 62%는 AI를 자사 보안 및 아이덴티티 인증 시스템에 통합했다(한국 기업 10%). 또한 75%는 AI 에이전트를 제어하고 보호할 수 있는 완전한 보안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 기업 25%). 이들에게 ‘신뢰’란 곧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다.
이같은 접근 방식을 통해 선두주자 그룹은 더 광범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체의 90%가 수익성, 생산성, 혁신성 측면에서 개선을 이뤘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한국 기업 평균(6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74%가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계획이며, 약 25%는 1년 내 AI 에이전트를 직원 업무에 배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AI 에이전트에 취약한 기반을 갖고 있다. 즉, 많은 기업이 여전히 단순한 반응형·과제 중심 AI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스템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스스로 사고·행동·학습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운영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32%의 기업은 “자사 네트워크는 복잡성이나 데이터 처리량 증가에 대응할 수 없다”라고 답했으며, 네트워크가 유연하거나 확장 가능하다고 평가한 기업은 9%에 그쳤다.
한편 시스코는 이번 보고서가 ‘AI 인프라 부채’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시스코에 따르면 이는 과거 디지털 전환을 지연시킨 ‘기술 부채’와 ’디지털 부채’가 AI 시대에 맞춰 진화한 형태다. AI 인프라 부채는 의사결정 타협과 시스템 업그레이드 지연, 그리고 미흡한 인프라 투자가 누적되며 장기적으로 AI의 가치를 서서히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부채’를 의미한다.
이미 초기 경고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 응답자의 54%는 향후 3년 내 워크로드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61%는 데이터를 중앙집중화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충분한 GPU 용량을 확보한 기업은 16%에 불과했고, AI 특화 보안 위협을 탐지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3%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AI에 대한 기대와 실제 운영 준비도 간의 격차를 보여준다. 특히 AI를 구동하는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다면, ‘AI 인프라 부채’는 위험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두주자 그룹도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선견지명과 견고한 거버넌스, 그리고 체계적인 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이러한 문제가 더 큰 비용 부담과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보고서 전문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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