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뛰어난 IT 리더는 단순히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파트너십을 조율해 성장과 혁신, 그리고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낸다.

얼마 전, 사방에서 쏟아지는 압박에 시달리던 한 기술 기업의 CIO와 함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CEO는 새로운 수익원을 요구했고, CMO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CFO는 효율성 향상을 촉구했다. CIO의 전통적인 역할인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일’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변화를 만든 것은 특정 제품이나 플랫폼이 아니었다. 이 CIO는 클라우드 파트너, 데이터 전문가, 시스템 통합업체를 하나의 목표 아래 조율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이것이 바로 ‘생태계 오케스트레이터’의 역할이다. 더 많은 도구를 도입하거나 인력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CIO로서의 위치를 활용해 파트너, 비즈니스 리더, 실행 조직을 하나의 목표 아래 정렬시키고, 실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중요한 이유
기업은 이제 CIO, CTO(최고기술책임자), CDIO(최고디지털정보책임자) 등 기술 리더에게 기술의 가능성을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 역할을 넘어,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그 방향 자체를 설계하는 일이다. 실제 현장에 비즈니스 전략의 한 축으로 참여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며, 내부 조직뿐 아니라 외부 파트너에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묻는 것을 의미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수가 된 데에는 3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제품의 복잡성이다. 오늘날의 솔루션은 클라우드 인프라, AI 모델, 데이터 플랫폼, 그리고 특화된 서드파티 서비스를 결합해 구성된다. 둘째는 가치 실현 속도다. 고객은 이제 조달 주기에 따라 여러 제품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방식이 아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완성형 솔루션을 원한다. 셋째는 경제성이다. 파트너와 함께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 진출 전략을 공유하면 단일 벤더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 맥킨지는 이런 흐름을 조율할 줄 아는 기술 리더가 AI 시대에 ‘비례를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경험에 따르면, 성공하는 CIO들은 벤더를 단순한 ‘공급자’로 보는 대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동 혁신 파트너’로 대한다.
오케스트레이션, CIO의 새로운 플레이북
오늘날의 기업은 더 이상 단독으로 혁신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모든 C레벨 경영진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 CIO 역시 단순히 기술을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가치 창출을 이끌어내는 핵심 리더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CIO는 내부 인재와 외부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각각의 역량을 뛰어넘는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돼야 한다.
필자가 이끌거나 자문한 여러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보면, 효과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구현하기 위한 CIO의 플레이북에는 반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5가지 핵심 단계가 있다.
- 성과를 먼저 정의하고, 그다음 생태계를 설계하라: 구매자가 원하는 비즈니스 지표(신규 매출, 이탈률 감소, 출시 속도 개선)부터 명확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합해야 할 파트너의 역량을 식별한다.
- 조합 가능한 플랫폼을 설계하라: API를 개방하고, 데이터 거버넌스를 표준화하며, 배포 템플릿을 마련해 파트너가 신속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 공동 가치 제안과 가격 체계를 구축하라: 단순히 개별 가격을 합산하는 수준을 넘어 측정 가능한 성과 기반 서비스 수준 계약(SLA), 매출 공유 모델, 사용량 기반 과금 구조 등을 정의해 협업이 ‘구매 가능한 형태’가 되도록 한다.
- 공동 실행을 체계화하라: 파트너 간의 서비스 제공 모델을 일관되게 정렬하고, 공동 서비스 데스크, 공유 런북, 리드 통합자 역할을 명확히 해 초기 실행 단계에서의 마찰을 최소화한다.
- 공동 시장 진출 역량을 내재화하라: 영업총괄(CRO)이나 세일즈팀과 협력해 공동 영업 전략을 구축하고, 통합 마케팅 자료를 제작하며, 경영진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해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인다.
경험한 바로는, 이런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CIO는 단순히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성장 궤적 자체를 바꿨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했으며, 제품 출시 속도를 크게 높였다. 이 같은 변화는 다소 낯설지만 결정적인 역할인 ‘오케스트레이터’로 나선 데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왜 오케스트레이션에 투자해야 할까? 이유는 명확하다. 새로운 매출 채널, 빠른 제품 출시, 낮은 이탈률, 그리고 구현 비용 절감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업계 연구에 따르면, 파트너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러 컨설팅 리포트와 벤더 파트너 프로그램의 실제 결과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장의 교훈
CIO가 오케스트레이션을 단순한 개념이 아닌 실제 수익 창출 전략으로 발전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모든 사례는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실제 기업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했다.
제품 데이터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
한 기술 플랫폼 기업은 방대한 제품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데이터 레이크에 축적하고 있었다. CIO는 IT, 법무, 제품, 분석 부서와 서비스 파트너 등 여러 부서가 협력하는 교차 기능 프로젝트를 주도해 데이터를 ‘인사이트 기반 제품’으로 재구성했다. 이 제품은 더 깊은 고객 인사이트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존 고객에게 상향 판매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였다. 이를 위해 API 표준화, 개인정보 보호 장치 마련, 계층형 요금제 도입 등이 필요했다. 그 결과 12개월 만에 새로운 구독형 수익 모델이 만들어졌고, 기존 제품팀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신규 시장이 열렸다. 이 사례는 ‘데이터 수익화’를 성장의 지렛대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CIO의 전략적 통찰을 보여준다.
파트너 협업으로 마케팅 기술 현대화해 이탈률 감소
한 글로벌 기업의 CIO는 지역별로 분산된 마케팅 캠페인 탓에 고객 이탈률이 급증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는 단일 도구에 의존하기보다 마케팅 자동화 벤더,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업체, 전문 시스템 통합업체를 하나로 묶는 방식을 선택했고, 파트너들을 조율해 단일화된 고객 그래프를 구축했다. 그 결과, 고객 이탈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기업은 다시 성장 동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파트너 번들로 재무 자동화 가속화
한 중견 하드웨어 기업은 매월 말 결산 과정이 비효율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CIO는 빠르고 유연한 실험을 제안하며, 서비스 및 솔루션 파트너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조직했다. 이 팀에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벤더, AI 문서 처리 전문기업, 프로세스 리디자인 컨설팅사가 함께했다. CIO는 재무 책임자와 협력해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몇 주 만에 작동 가능한 파일럿을 완성하도록 팀을 이끌었다. 결과는 혁신적이었다. 재무팀은 결산 기간을 크게 단축했고, 인력을 재배치해 성장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글로벌 제품 및 플랫폼 엔지니어링을 통한 출시 기간 단축
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은 새로운 산업군 진출을 추진하면서 고객 맞춤형 통합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CIO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가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대규모 엔지니어링 역량을 제공하는 글로벌 딜리버리 파트너, 플랫폼 크레딧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제공사, 그리고 도메인 전문성을 가진 시스템 통합업체와의 협력이었다. CIO는 전체 오케스트레이션을 이끌며 프로젝트를 조율했다. 그 결과 제품은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빠르게 시장에 출시됐고, 공동 시장 진출 프로그램도 이미 가동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
생태계 오케스트레이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CIO가 흔히 빠지는 함정도 분명 존재한다. 기술 종속으로 인해 유연성이 제한되거나, 공동 성과보다 자신들의 이익률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파트너와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명확한 책임 체계가 없는 취약한 거버넌스 문제까지 겹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이 경우 사소한 이슈가 통제되지 못한 채 고객에게 번지며, 오케스트레이션 전체가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성과 높은 CIO들은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선택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공동 경제 구조를 마련하며, 리스크·일정·고객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규모이지만 권한 있는 거버넌스 조직을 구축함으로써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CIO의 성과는 이제 단순히 시스템 가동률이나 안정성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성공하는 CIO는 파트너, 비즈니스 리더, 실행 조직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어 기술을 구체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전환하는 리더다. 오케스트레이션을 핵심 역량으로 구축한 CIO는 단순히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시장을 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며,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어낸다.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시대에 CIO의 진정한 힘은 시스템을 단순히 운영하는 데 있지 않다. 바로 생태계를 ‘오케스트레이션’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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