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사다리가 사라진다” CIO가 설계해야 할 새로운 성장 경로

기획
2025.10.236분
최고 경영진CIO기술 역량 및 교육

반복 업무의 자동화가 IT 직군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CIO는 직원이 고급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경력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utomation progress in the AI age
Credit: Rob Schultz / Shutterstock

CIO에게 AI의 역할을 묻는다면, 대부분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라고 답할 것이다. IT 지원, 운영 경보,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가 업무를 자동화해 전문가가 더 높은 가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술·인재 솔루션 업체 내쉬 스퀘어드(Nash Squared)의 CIO 앙쿠르 아난드는 “기술은 항상 진화해 왔고 자동화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AI는 변화 속도 면에서 전례 없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지출은 올해 말 약 1조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는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PwC의 ‘2025 글로벌 AI 일자리 척도(Global AI Jobs Barometer)’ 보고서는 모든 산업이 AI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IT 산업이 AI 도입을 가장 선도하고 있으며 신기술의 확산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 재편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은 AI의 영향을 분석한 논문에서 22세에서 25세 사이의 초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이 2022년 정점 대비 약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컴퓨터공학 및 컴퓨터과학 전공 졸업자의 실업률은 각각 7.5%, 6.7%에 달한다.

PwC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IT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범용 인재에서 벗어나 AI 활용 역량을 갖춘 고도화된 전문 인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인력 규모는 줄었지만 디지털 경제의 핵심을 담당하는 정예 인력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AI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에게는 호재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IT 인력은 전통적으로 초급 직무에서 실무 역량을 쌓아왔다는 점이다. 점점 더 많은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디지털 인재가 성장할 ‘경력 사다리’가 사라지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

IT 교육 기술 전문업체 스킬소프트(Skillsoft)의 CIO 올라 데일리는 “이제 더 이상 수직적인 경력 사다리가 아니라,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형 경력 구조로 바뀌고 있다”라며, “동료 CIO들도 앞으로 조직이 점점 수평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라고 말했다.

CIO의 핵심 과제는 오늘의 자동화 도입이 내일의 인력 관리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AI가 직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미래에 필요한 고급 기술 역량을 정의하며, 이를 위한 경력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이해하기

스콧 미라클그로의 데이터 인텔리전스 부문 부사장 파우스토 플라이트는 “IT 경력 사다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매우 뜨거운 주제”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바이브 코딩 같은 AI 도구가 기존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플라이트는 “AI로 인한 변화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플라이트는 “바이브 코딩은 매우 유용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도 AI가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라며, “우리 팀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분석할 때 수많은 SQL 쿼리를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럴 때 AI에게 ‘이 작업을 대신해 달라’라고 명령하면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라이트는 기업용 AI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큰 위험 중 하나는 ‘환각(hallucination)’이다. 신기술에 업무를 맡기면 IT 전문가의 부담은 줄지만, AI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플라이트는 “코딩 경험이 없으면 모델이 환각을 일으켜도 눈치채지 못하고, 문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라며, “AI가 진화하면서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수도 있겠지만, 아직 멀었다. 그때까지는 숙련된 개발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AI가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높지만, IT 인력을 대체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시스템을 감독하고 보정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플라이트는 “조직은 초급 인재가 미래의 에이전트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을 교육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플라이트는 “AI 기반 코파일럿이 반복 업무를 맡게 되면, 인간의 비판적 사고력과 감성 지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며, “IT 전문가는 AI가 대신하는 단순 코딩보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을 익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고급 역량 개발의 방향

에너지 전문기업 EDF 파워 솔루션의 데이터 거버넌스 컨설턴트 케니 스콧은 앞으로 전통적 기술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스콧은 KPI 기반 학습을 거친 AI 에이전트의 효율성이 향상되면 데이터 품질 분석가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콧은 “AI가 확산되더라도 인간 전문가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역할의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은 “순수한 엔지니어링 영역은 줄어들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지금 성공의 핵심은 AI와 에이전트를 활용해 성과를 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기업은 여전히 결과를 종합할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만, 이제는 10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킬소프트의 데일리 역시 “개발자의 종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숙련된 IT 전문가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역할의 본질이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작성한 코드가 실제 목적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일이 새로운 주요 업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일리는 “어떤 역할의 중요성이 줄고, 어떤 역할이 새롭게 부상할지 지금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라며, “IT 전문가는 시장과 자사 내부의 변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탐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데일리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라며, “모든 것을 역량 단위로 쪼개서 이해해야 한다. 핵심 기술을 알면 조직의 필요에 따라 역량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AI의 영향은 전통적인 IT 영역을 넘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방용품 제조사 조지프조지프의 최고 공급망 책임자인 사차 본은 제품 구현 전 과정에 데이터 기반 운영체제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본은 “AI가 이 프로세스에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비즈니스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라고 강조했다.

본은 “경력 사다리 자체는 유지되겠지만, AI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로 역량 구성이 달라질 것”이라며, “초급 직무 교육에서도 ‘고객 문의에 가장 효과적으로 답변하도록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방법’ 같은 실무 중심 AI 교육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AI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경력 개발 전략 수립

페인트 제조사 요툰의 데이터 총괄 책임자 그로 캄피요르는 차세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캄피요르는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은 파이썬과 AI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들어온다. 기업은 이런 역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경력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캄피요르는 “신입 인재에게 기회를 주고 실험하게 하면 빠르게 성장한다. 몇 년간 단순 반복 업무만 하게 하고 나중에 책임을 맡기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입사 초기부터 책임감을 부여하고 도전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은 내쉬 스퀘어드 아난드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아난드는 “디지털 리더는 팀의 경력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는 여전히 초급 IT 인재가 필요하지만, 이들이 직접 단순 업무를 수행하기보다 AI의 결과를 감시하고 검증하는 역할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난드는 “에이전트 관리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과 기술 모두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초급 인재는 AI가 생성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사이버 보안 경보에서 발생하는 오탐을 줄이는 등 품질 향상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CIO는 교육과 멘토링 체계를 통해 경력 직원이 신입 직원을 지도하도록 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 감성 지능,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AI 시대에 경계가 허물어진 업무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런 역량이 IT 경력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이트는 “디지털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환경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일 인재를 선별하는 것”이라며, “AI 관리자를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대부분 기업은 에이전틱 AI를 사용한 경험이 수년이 아니라 몇 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적의 전략은 내부 인력과 외부 전문 역량을 혼합하는 것이다. 플라이트는 “우리 핵심 리더는 머신러닝, AI, 에이전트형 AI에서 매우 높은 기술 전문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외부 계약 인력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즉시 투입 가능한 숙련 인력을 확보하면서도, AI 아키텍처와 비즈니스 전략, 향후 방향성에 대한 핵심 지식은 내부에 유지한다. 그래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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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is a business writer and editor, with extensive experience of the way technology is used and adopted by blue-chip organizations. His experience has been gained through senior editorships, investigative journalism, and postgraduate research. Having formerly been an editor at Computing, Computing Business, and CIO Connect, Mark became a full-time freelance writer in 2014. He has developed a strong portfolio of editorial clients, including The Guardian, Economist Intelligence Unit, ZDNET, Computer Weekly, ITPro, Diginomica, VentureBeat, and engineering.com. Mark has a PhD from the University of Sheffield, and a master’s and an undergraduate degree in geography from the University of Birming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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