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책임자가 제품 조사, 솔루션 업체 추천, RFP 분석은 물론, 계약의 이상 징후를 찾고 협상 기회를 모색하는 데까지 AI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IT 책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AI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CIO.com의 모회사 파운드리(Foundr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IT 의사결정권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솔루션 업체 및 제품 정보를 파악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조사 및 추천 과정에 AI를 전면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한 IT 책임자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체의 81%가 IT 구매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IT 책임자의 약 40%는 솔루션 업체 평가와 검증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와 비슷한 비율이 솔루션 추천에도 AI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약 1/3은 RFP 작성을 자동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구매 이후 성과 개선과 ROI 측정을 위해 AI를 도입한 경우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IT 구매 프로세스에서 AI 기반 데모나 PoC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전체의 1/3에 달했다.
구매의 필요성과 타당성 평가
8×8의 IT 부사장 모건 왓츠는 IT 구매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기 위해 AI를 도입한 CIO 중 한 명이다. 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기업 8×8은 자사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IT 제품의 구매 필요성을 판단하고 있다. 직원이 새로운 도구를 요청하면, GPT 모델이 이를 분석해, 해당 제품이 실제 필요한지, 아니면 이미 유사 기능을 가진 솔루션이 사내에 존재하는지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왓츠는 “문제 해결의 목표와 달성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사내에 이미 유사한 도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된 사전 평가 절차를 GPT가 수행하도록 구성했다”라며, “요청자가 왜 이 도구를 도입하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8×8의 내부 GPT 모델은 제품 추천뿐 아니라 신규 IT 제품의 ROI 분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자체 개발과 구매 중 어느 쪽이 적절한지를 검토하는 구축 대 구매(Build vs. Buy) 논의에도 AI를 활용한다. 왓츠는 “GPT는 요청의 불필요한 요소를 줄여주고, 예산 범위 내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데이터 고려사항, 컴플라이언스 등 요청자가 간과하기 쉬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제품 구매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파운드리의 보고서 결과처럼, 8×8도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왓츠는 AI가 새로운 IT 제품의 구매 여부에 대해 추천은 하지만, 최종 결정은 경영진이 내린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마케팅 전략 솔루션 기업 쓰라이브(Thrive)의 수요 창출 담당 부사장 애런 휘태커도 AI를 세 가지 단계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휘태커는 “RFP 작성, 서비스 비교 PoC, 솔루션 업체 평가에 AI를 도입했다”라며, “AI는 제품 설명서, 리뷰, 시장 보고서를 신속하게 분석해, 솔루션 업체 평가 소요 시간을 수주에서 수일로 단축시키고 사람이 놓치기 쉬운 호환성 문제를 발견해준다”라고 설명했다.
8×8과 마찬가지로 쓰라이브 또한 AI의 결과를 최종 판단이 아닌 의사결정의 참고자료로 삼는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휘태커는 “AI는 기술 사양 비교에는 유용하지만, 기술 외적인 지원 품질이나 조직 문화 적합성 같은 요소는 판단해주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쓰라이브는 향후 AI 모델을 개선해 제품 결함 예측, 배포 장애 요소 사전 인지, 솔루션 업체 성과 모니터링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휘태커는 “AI가 인간보다 더 잘 안다고 전제하고, 이를 과신하지 않기 위해 주요 의사결정에는 일부 비효율을 감수하고라도 사람의 검토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모두를 위한 AI 어시스턴트
재무 전문 SaaS 서비스 업체 블랙라인(BlackLine)도 최근 IT 구매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블랙라인 CIO 수밋 조하르에 따르면, 블랙라인은 지난 6월 전 직원에게 코파일럿과 유사한 AI 도구를 제공했고, IT 구매팀은 이 AI를 활용해 제품 및 솔루션 업체를 조사하고, 업체가 제출한 RFP 내용을 요약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조하르는 “RFP 프로세스에서는 수많은 문서를 업체로부터 받아 검토해야 하는데, 이 작업은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AI는 이런 작업에 탁월하다”라고 설명했다.
블랙라인 직원은 솔루션 업체의 계약서를 검토할 때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를 통해 이례적인 조항이나 잠재적인 문제 영역, 추가 협상 여지가 있는 부분 등을 식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하르는 “예를 들어 주문서나 대형 법률 계약서를 받았다고 할 때, 해당 문서는 모두 비정형 데이터로 구성돼 있다. AI는 거래 조건 중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데 뛰어나고, 기존 계약서와 비교해 새로운 계약서에 이상 항목이 있는지 파악해준다”라고 설명했다.
조하르는 이처럼 AI를 도입한 덕분에 IT팀이 제품 조사를 위한 시간을 줄이고,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IT 조직은 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만, RFP 작성이나 법률 검토, 제품 조사 같은 부수적인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다 보니 실제 평가나 PoC에는 집중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수적인 업무 시간을 줄이면 기술 자체를 제대로 평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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