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akashi Matsuzaki

일문일답 | 일본 컨설턴트가 본 라피더스의 도전과 일본 반도체의 현실

인터뷰
2025.10.156분
산업제조 산업마켓

일본 컨설팅 업체 MM종합연구소 대표 세키구치 와이치는 라피더스의 2나노 시제품 성공이 ‘재도약’의 신호가 아니라, 일본 반도체 산업이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적 재편에 나설 계기라고 진단한다.

関口和一写真 Resized
Credit: CIO.COM

2025년 7월 18일, 일본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한 걸음이 기록됐다. 최첨단 반도체의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Rapidus)가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위치한 제조 거점 IIM-1에서 2나노미터(nm) 세대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일본의 경제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다.

라피더스는 2022년 도요타자동차, 소니그룹, NTT 등 주요 기업의 출자로 설립됐다. 그 배경에는 한때 세계를 주도하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1990년대 이후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에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라피더스를 국가 전략 기업으로 지정하고, 2025 회계연도까지 총 1조 7,225억 엔의 지원을 결정했다.

라피더스의 기술 핵심은 미국 IBM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GAA 구조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도입이다. 기존의 FinFET(핀형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 구조에 비해 GAA는 전력 소비를 약 40% 줄이고 성능을 10%가량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2024년 말 클린룸이 완성되고, 2025년 4월 노광 및 현상 공정에 성공한 뒤, 7월에는 첫 시제품을 제작했다. 현재 라피더스는 2026년 3월까지 고객용 샘플 제공, 2027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시제품 제작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양산을 위한 추가 자금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도요타와 소니 등 8개 기업의 출자액은 약 73억 엔, 정부의 누적 지원금은 약 9,200억 엔에 이르지만, 2나노급 반도체 양산에는 총 5조 엔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추가 투자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사업성과 국제 경쟁력에 대한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TSMC조차 3나노 공정까지 양산 중인 상황에서, 수율 향상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AI, 자율주행, 신약 개발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이 되는 최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은 일본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도전이다.

이번 라피더스의 시제품 제작 성공은 그 도전이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 기반 위에서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재도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일본 컨설팅 기업 MM종합연구소 대표이사 세키구치 와이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Q: 라피더스가 2나노미터 반도체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 성과를 일본 반도체 산업 ‘재도약’의 발판으로 볼 수 있을까?

A: 라피더스의 시제품 성공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재도약’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재도약의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처럼 일본의 반도체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일본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제조업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수요를 일정 부분 충족시킬 수 있는 체제를 다시 구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라피더스는 그 출발점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일본 내에서 자체 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하는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다. 그런 의미에서 라피더스는 일본이 다시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상징적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Q: 라피더스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A: 핵심은 정부와 산업계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라피더스 설립의 배경에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있다. 반도체가 없어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부품은 저렴한 곳에서 조달하면 된다’는 기존의 조달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

이 경험을 통해 일본 사회 전반에서 ‘일정 부분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향후 라피더스가 양산 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을 때, 그 체제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지가 성공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Q: 자금도 중요하지만, 인재 부족 문제도 심각하지 않을까?
A: 인재 부족은 자금 문제보다 더 심각한 과제다. 한 번 산업이 멈추면, 특히 이공계 인재는 일자리가 없는 분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라피더스에는 대표이사인 고이케 아쓰요시(小池淳義)와 회장 아즈마 데쓰로(東哲郎)처럼 유능한 경영진이 있지만, 사업을 실제로 움직이려면 현장을 이끌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이런 인재가 일본에는 매우 부족하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세우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인재 확보는 자금 조달과 나란히 가장 중요한 과제다.

Q: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가능할까?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일본에는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고, 직무별 급여 체계도 엄격히 정해져 있다. 뛰어난 엔지니어에게 사내 규정을 넘어서는 보상을 제공하는 발상 자체가 부족하다. 이런 구조로는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기 어렵다.

이 문제는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일본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보상 체계와 직장 문화 모두에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Q: 미중 갈등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일본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 일본은 앞으로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물자’로 인식하고, 국내 공급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세계 반도체 제조는 대만 파운드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약 대만에서 유사시 생산이 중단된다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중요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는 소형이기 때문에 한곳에서 대량 생산해 항공 운송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자동차처럼 분산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해외에서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 일본 내에 안정적인 제조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라피더스와 같은 국책 기업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IBM이 라피더스의 기술 파트너로 참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제조 능력을 갖추지 못한 IBM이 기술 실현의 거점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전략적인 판단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엘피다메모리(Elpida Memory)를 인수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반도체 부족으로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 중단 사태를 겪은 사례는, 제조업 전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Q: 앞으로는 일본 단독이 아니라 국제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A: 그렇다. 일본은 대만, 한국,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전략적이면서도 유연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먼저 대만과는 중국을 의식한 지정학적 관점까지 포함해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8월에는 대만 국영통신사였던 중화텔레콤(Chunghwa Telecom)과 일본 NTT가 차세대 광통신 인프라 ‘IOWN’의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 ‘APN’을 활용한 접속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실험은 약 3,000km 떨어진 타이베이와 도쿄를 지연 없이 연결하며, 향후 산업 협력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한국은 가전과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부품과 제조 장비 조달에서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양국이 경쟁자가 아닌 기술적 동반자로서 상호 역량을 높이는 건강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한국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싶다’는 강한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협력의 형식과 접근법에는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미국은 일본과 경제·안보 양면에서 긴밀히 얽혀 있다. 라피더스 설립 당시 IBM의 기술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도 그 예다. 미중 관계와 비교하면, 일미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며 앞으로는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윈윈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TSMC와 소니의 협업, 라피더스와 IBM의 기술 제휴 등 다양한 일미 협력 사례가 본격화되고 있다.

결국 일본은 더 이상 단독으로 산업 재건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의 기술·자본·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자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영역은 철저히 방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CIO 재팬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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