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존 IT 부서의 역할을 뒤흔드는 가운데 CIO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CIO가 IT 부서의 변신을 주도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AI가 업무의 본질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T 조직은 이미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IT 헬프데스크, 수동 테스트, 프로그래밍, 보안 모니터링 등에서 AI 기반 자동화가 기존 업무를 대체하면서, IT 경력 사다리의 입문 단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디드(Indee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인력 채용 수요는 업계 전반에서 급감했으며, 특히 경력이 짧은 구직자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AI는 숙련된 IT 전문가와 관리자의 역할도 재편하고 있다.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생기는 한편, 일부 일자리는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2025년 1월 링크드인의 연구 보고서는 “2030년까지 대부분 직업에서 사용하는 기술의 70%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며, AI가 그 변화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링크드인 엔터프라이즈 혁신 담당 부사장 니하 마투르는 “적응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구 구조 변화도 가까운 미래에 IT 인력의 공급이 장기적으로 제한될 것임을 보여준다. 포원 인사이트의 CEO 윌 마코우는 “CIO가 미래 핵심 역량을 식별하고, 이에 맞춰 IT 인력을 재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카맥스의 부사장 겸 CITO 샤밈 모하마드는 “전통적인 IT 부서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모하마드는 “비즈니스 요구를 기술적 해법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CIO는 IT 부서를 협업과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교차기능팀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모하마드는 “IT 업계에서 숙련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지식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를 단순히 채용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IT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고 새로운 책임에 대비한 팀 역량을 구축하며, IT 경력 진입로를 새롭게 마련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AI 기술이 가져오는 불안정성
포레스터의 대표 애널리스트 피오나 마크는 “AI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불안정한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마크는 “일부 직원은 AI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까 두려워하지만, 기술은 여전히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다. AI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판단력과 기술 전문성이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의 매니징 파트너 데이비드 맥키는 “실행 중심의 역할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코딩, 보안 모니터링 등 IT 입문자가 경험을 쌓던 반복적 업무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원 인사이트의 마코우는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도구에 능숙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CSS, HTML, C# 기술 수요는 2023년 이후 각각 59%, 58%, 56% 감소했다. 포원 인사이트의 구인 공고 분석에 따르면, 초급 웹 개발자, 컴퓨터 지원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는 각각 34%, 23%, 22% 줄었고, 전반적인 초급 IT 직무 수요는 15%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직무는 AI가 수행하기 적합한 기본 기술 지원이나 프로그래밍 중심 업무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IBM의 CIO 겸 비즈니스 플랫폼 트랜스포메이션 담당 부사장 앤 푸나이는 “오늘날의 초급 기술이 내일도 유효하지는 않다”라고 강조했다. 푸나이는 “기초 지식과 원리는 같지만, 구축과 실행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이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개발자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 개념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이나 세부 코드 리뷰는 점점 덜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나이는 “자연어를 이용한 개발 능력이 발전하면서 이런 부분은 머지않아 중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복적 수작업이 자동화되는 상황에서 남는 중요한 질문은 ‘초급 IT 직무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이다. 마크는 “현재의 교육 체계로는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입문 단계를 고도화하라
AI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의 맥키는 “이제 초급 인력이 단순 반복 업무로 기초를 다질 필요는 없다”라며, “입사 첫날부터 아키텍처 사고, 시스템 통합, 혁신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맥키는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도제식 교육, 선임 엔지니어와의 동행 학습을 통해 설계와 문제 해결 방식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단순 실행이 아니라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카맥스는 입문 단계 IT 인력을 위해 도제식 멘토링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신입 직원은 숙련된 멘토와 짝을 이뤄 실무를 배우며,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받는다. 또한 협업과 학습, 실험이 자유로운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카맥스의 모하마드는 “이런 방식으로 신입이 문제 해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결과 검증 등 고급 역량을 익히면서 기업의 축적된 지식도 자연스럽게 전수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변화로 인해 카맥스가 초급 IT 인력에게 기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라며, “이제는 문제 해결 능력과 타고난 호기심, 적응력을 중시한다”라고 밝혔다.
IBM 역시 사내 전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연례 ‘왓슨엑스 챌린지’를 운영하고 있다. IBM의 푸나이는 “이 프로그램은 일의 미래를 바꾸는 제품을 직접 다뤄보고 피드백을 제공하며, 다른 직원이 만든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교육을 확대하라
링크드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IT 전문가는 AI 관련 핵심 역할에 대비해 재교육이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2025년 들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역량은 AI 에이전트이며, AI 엔지니어가 최신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AI 엔지니어 채용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AI 엔지니어링 관련 구인 공고는 링크드인 내 전체 기술 직무의 약 7%를 차지한다”라고 밝혔다.
외부 교육 프로그램도 직원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킬소프트의 코드아카데미 담당 부사장 그렉 풀러는 “스킬소프트는 AI/ML, 사이버보안,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시스템적 사고, 윤리적 판단,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풀러는 “IT 전문가는 AI 이해력을 높이고 문제 해결 중심의 사고방식을 기르며, 비기술 이해관계자에게 기술적 통찰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CIO는 직관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역량 격차를 분석하고 메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풀러는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통찰을 연결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클라우드 환경에서 위협 모델링을 이해해야 하는 보안 분석가, 데이터 스토리텔링으로 통찰을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 같은 인재가 각광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변화에 맞춰 위협 탐지, 데이터 스토리텔링,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등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실습형 교육, 시나리오 기반 트레이닝, AI 지원 학습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포원 인사이트의 마코우는 “CIO가 사내 인력 교육을 외부 프로그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마코우는 “지금은 기존 교육기관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주도적으로 지속적인 내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포레스터의 마크도 “기술 발전 속도가 인재 양성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라며, “안타깝게도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조직은 극히 드물다”라고 지적했다.
수요가 많은 기술
포레스터의 마크는 앞으로 IT 분야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세 가지 영역으로 AI·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관리, 사이버 보안을 꼽았다. 마크는 “직무에 따라 이 분야와 인접한 역량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경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보안 측면에서는 LLM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AI가 대규모로 수행할 수 있는 AI 기반 보이스 피싱을 방지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전문가 역시 AI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할 때 막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스킬소프트의 풀러는 “데이터 분석가는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AI 모델을 검증하고 모니터링하는 감독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UX 디자이너는 인간-AI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풀러는 “이제 직무의 경계가 점점 유연해지고 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끊임없는 진화’이며, CIO는 기술 역량 개발을 전략적 필수 과제로 다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크는 또 “AI는 여전히 맥락이 복잡하거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AI 기술의 구현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개입할 수 있는 도메인 전문가(전문 엔지니어 또는 아키텍트)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역할은 고급 엔지니어에게 주어질 새로운 경력 경로이며, 조직은 이들의 전문성과 문제 해결 난이도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링크드인의 마투르는 IT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으로 문제 해결 능력, 추상적 사고, 그리고 논리적 엄밀성을 꼽았다. 마투르는 “최근 급부상하는 기술은 LLM과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라며, “엔지니어는 이제 도메인 전문가와 협력하면서 비즈니스 성과 중심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대인관계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엔지니어링 직군 전반에서 대인관계 기술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IBM의 푸나이는 “IT 전문가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기심, 학습 의지, 협업, 파트너십 네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라며, “개인별로 고립된 채 일하는 팀은 더 이상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투르 역시 “이제 워크플로우의 한 부분만 맡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라고 공감하며, “미래에 성공하는 IT 전문가는 기술에 익숙하고, 두려움 없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운터포인트의 맥키는 디지털 보증 관리자, AI 거버넌스 리드, 하이브리드 엔지니어 등을 새로운 인기 직군으로 꼽았다. 또한 기존 직무는 리더십과 통합 역량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키는 “시스템적 사고, AI 이해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겸비한 IT 인력이 새로운 시대에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원 인사이트의 마코우는 “2021년 이후 IT 채용 공고에서 요구되는 핵심 기술의 22%가 바뀌었다”라며, “AI, 자동화, 규제 관련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MLOps, 워크플로우 자동화, GDPR 관련 수요가 각각 376%, 106%, 86%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코우는 또 “초급 직무 가운데 AI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2023년 이후 175% 증가했고, UI/UX 개발자는 40%, 데이터 엔지니어는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초급 IT 직무는 컴퓨터 지원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네트워크 관리자 중심이다.
맥키는 “앞으로 IT 실무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아키텍처적 사고, 시스템 통합, 품질 보증, AI 이해력, 그리고 무엇보다 소통과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선제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
카맥스의 모하마드는 “IT 리더가 자신의 팀을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역할 구조를 재정비해야 하지만, 많은 기업이 여전히 단기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모하마다는 “특히 입문 단계 업무를 없애는 기업은 결국 심각한 기술 격차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원 인사이트의 마코우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마코우는 “입문 직무를 AI로 대체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파이프라인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마코우는 CIO가 IT팀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차원 업무 중심으로 초급 직무를 재구성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초급 인력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마코우는 “기술 숙련도뿐 아니라 비기술적 역량을 함께 강조해야 IT 인력이 경력 초반부터 단순 실행자에서 감독자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장기 인턴십·도제식 멘토링·지속적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직원 유지율을 높일 수 있는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마코우는 “CIO는 경력 경로를 재설계하고, 자동화 역량과 공감 능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우선순위가 낮은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마코우는 “AI 기술을 다루는 IT 직무의 평균 연봉은 다른 IT 직무보다 약 3만 달러 높다. 이처럼 성장성과 보상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재교육하면 ROI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기술 외의 커뮤니케이션과 대인 관계 역량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카운터포인트의 데이비드 맥키는 “기술 교육에만 집중하지 말고, 소프트 스킬과 품질 보증 능력에도 투자하라”라며, “기술적 역량과 인간적 역량을 모두 중시하는 경력 사다리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IBM의 앤 푸나이는 “성공만이 아니라 도전적인 시도와 실패에서 얻은 교훈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팀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조직의 자산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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