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스페인 바스크 지방정부가 산세바스티안에 위치한 IBM-에우스카디 양자 컴퓨팅 센터에서 유럽 첫 ‘IBM 퀀텀 시스템 투’를 공개했다.

스페인 기푸스코아주의 도시 산세바스티안이 IBM의 최신 양자 컴퓨터인 ‘IBM 퀀텀 시스템 투(IBM Quantum System Two)’의 운영을 공식 시작했다. 이 장비는 IBM이 지금까지 상용화한 양자 컴퓨터 가운데 가장 발전된 모델이며, 미국 뉴욕 자사 연구소에 있는 실험용 양자 장비를 제외하고 유럽 최초이자 전 세계 두 번째 사례다. 첫 번째 장비는 지난여름 일본 고베에 설치됐다.
이번에 설치된 IBM 양자 컴퓨터는 156큐비트 기반의 ‘헤론(Heron)’ 칩을 탑재한 장비다. 지난 14일 공식 개소한 이케르바스크 과학재단의 신축 건물에 자리하고 있으며, 에너지 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를 포함한 20여 개 연구기관과 30여 개 기업이 새 양자 장비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들 기관과 기업은 모두 바스크 정부가 추진 중인 ‘바스크 퀀텀(BasQ)’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억 5,300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양자 컴퓨팅 및 과학 연구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부가가치 창출과 인재 유치를 목표로 하는 양자 생태계 조성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바스크 지방정부 과학·대학·혁신부 장관인 후안 이그나시오 페레스 이글레시아스는 산세바스티안에서 열린 신형 양자 컴퓨터 공개 행사에서 “오늘은 단지 특별한 기계를 공개하는 날이 아니다. 이번 발표의 배경에는 과학·기술·산업계 주요 주체들과 협력해, IBM의 지원 아래 양자 컴퓨팅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려는 전략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글레시아스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바스크 과학기술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표현했다. 바스크 정부 수반(레헨다카리) 이마놀 프라달레스 역시 이 같은 비전을 공유했다. 프라달레스는 “수십 년간 과학을 육성하고 보존해 온 지역의 철학이, IBM이 수많은 제안 중 우리를 양자 컴퓨팅 분야의 협력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선택하게 된 핵심 이유”라고 강조했다.
프라달레스는 또한 “바스크의 양자 전략(BasQ)은 고급 지식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의 회복력 강화 및 재산업화 전략과도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자 컴퓨팅, 기존 컴퓨팅, AI의 결합
행사에 참석한 IBM 리서치 총괄 제이 갬베타는 이번 발표로 IBM이 2026년까지 달성하려는 ‘양자 우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밝혔다. IBM 스페인 대표 오라시오 모렐은 “이런 진전은 양자 컴퓨팅, 기존 컴퓨팅, AI의 결합 덕분”이라며 “3가지 기술의 결합이 지금까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스페인에서 양자 컴퓨팅이 현실화됐다. 이제는 이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응용 기술로 전환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IBM의 향후 양자 컴퓨팅 로드맵을 소개하며, “내년에는 앞서 언급한 양자 우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9년에는 오류 수정 기능을 갖춘 상용 규모의 첫 양자 컴퓨터, 즉 흔히 말하는 ‘양자 노이즈(Quantum Noise)’가 없는 시스템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BM executives and officials from the Basque Government and regional councils in front of Europe’s first IBM Quantum System Two, located at the IBM-Euskadi Quantum Computational Center in San Sebastián, Spain.
Irekia
바스크 자치정부 과학혁신부 차관 아돌포 모라이스는 2027년까지 새로운 양자 장비를 기존의 슈퍼컴퓨팅 시스템 및 AI 솔루션과 결합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케르바스크의 에우스카디 양자컴퓨팅센터에서는 이미 현 슈퍼컴퓨터 ‘하이페리온(Hyperion)’을 내년에 대체할 차세대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논의 중이며, 2년 안에는 양자·기존컴퓨팅·AI 3가지 기술을 결합해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 스페인 양자컴퓨팅 총괄 미켈 디에스는 “양자 컴퓨팅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존 컴퓨팅도 미래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도입된 IBM 퀀텀 시스템 투가 기존 컴퓨팅 아키텍처와 긴밀히 연동되는 구조임을 확인했다면서, “IBM의 양자 컴퓨팅 전략은 본질적으로 기존 컴퓨팅과 결합해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됐다”라고 말했다.
디에스에 따르면 이번 장비는 모듈형 아키텍처로 설계됐으며, 현재는 단일 양자 칩만 탑재돼 있지만 향후 필요에 따라 추가 확장이 가능하다. 방 하나를 차지할 만큼 대규모인 해당 장비는 펌프 냉각 시스템을 통해 영하 273도의 초저온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디에스는 “이 장비는 큐비트의 에너지 소비가 극히 적기 때문에 킬로와트(kW) 단위의 전력만 사용한다. 이는 메가와트(MW) 단위로 전력을 소모하는 대형 슈퍼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신흥 기술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
양자 컴퓨팅은 기존 슈퍼컴퓨팅, 고성능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학문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부문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디에스는 ‘컴퓨터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바스크 자치정부의 ‘BasQ’ 프로그램이 양자 기술과 연계될 3가지 유형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는 양자 기술 자체의 진화에 관한 내용이다. 오류 수정 기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인지, 양자 컴퓨터의 핵심 구성 요소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와 장비 성능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디에스는 “산세바스티안에 공개된 양자 컴퓨터는 아직 노이즈 단계의 장비이며, 이 때문에 일부 기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IBM 퀀텀 시스템 투에서 큐비트 연산 1,000회당 한 번의 오류가 발생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매우 낮은 비율이지만 결과의 완전한 신뢰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디에스는 “현재 우리는 연산 결과를 후처리해 발생 가능한 오류를 수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완전한 오류 내성을 갖춘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컴퓨터가 수년간 오류 정정을 거쳐 안정성을 확보한 것처럼 양자 컴퓨팅도 과도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유형의 프로젝트는 과학적 관점에서의 응용 연구로, 물질의 거동 분석이나 ‘시간 결정체(Time Crystal)’ 연구와 같은 분야에 양자 컴퓨팅이 활용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디에스는 산업 분야에서의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은행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거나, 에너지 그리드의 효율을 높이고, 물류 네트워크의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The Basque Government and IBM unveil the first IBM Quantum System Two in Europe at the IBM-Euskadi Quantum Computational Center in San Sebastián, Spain.
IBM
모라이스 차관은 “현재 전체 양자 컴퓨팅 자원의 50%가 이미 과학 연구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다. 남은 50%는 다른 연구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스크 3개 주정부와 자치정부가 각각 양자 기술 사용례를 가속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수준의 협력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양자 서비스 접근 신청 절차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프로젝트 선정은 품질과 연구 가치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라이스 차관은 또한 이케르바스크 과학재단과 IBM의 협력이 단순히 장비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계약이 당초 발표된 5,000만 유로보다 크게 늘어난 총 8,000만 유로 규모라고 밝혔다. 이 계약에는 가장 고가의 구성 요소인 양자 컴퓨터의 구매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실행이 함께 포함돼 있다. 실제로 이번 협력으로 이미 150명이 양자 기술 교육을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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